레미제라블... 죄수번호 24601 by 남선북마

뮤지컬 문외한이 "레미제라블"을 개봉전야에 보았다.
생각해보니 근 몇년간 접근이 용이한 CGV에서만 영화를 보았고, 거기다 80% 이상은 아이맥스에서 보았기에 요즘 극장에 돌비 서라운드에 대화면은 당연한 줄 알았다.
개봉전야에 볼수 있다는 메리트에 혹해서 평소 안가봤던 타브랜드 멀티플렉스에 갔던게 잘못되었다..
당연히 내가 평소 즐겨앉던 좌석열을 예매하고 앉았더니 스크린이 조그맣고 멀었다.. 게다가 영화가 시작하니 아이고 맙소사..사운드가 정면에서만 나왔다..
명색이 뮤지컬 영화인데. 극장선정부터 잘못되면서 심사가 뒤틀린거 같다.. 아무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뮤지컬 문외한이다.
집에와서 찾아보니 이러한 장르를 'Sung-through' 뮤지컬이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한다.
예를 들면 "그 아가씨 정말 예쁘더라" "정말?" "정신차려 지금 중요한게 그거냐" "그래두.." 
이러한 사소한 잡담까지도 다 노래로 부른다. 대사는 거의 없이 158분동안 노래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열손가락안에 드는"물랑루즈"같은 장르를 예상하고 봤다가 적잖이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름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이런 장르적 특징이야 적응하면 그만이지만,.실제로도 금방 적응했고..감독이 영화를 좀 고지식하게 제작한 것 같다.
아무리 원작이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레미제라블"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영화다운 맛을 무시하고, 뮤지컬의 재현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원작을 보지않았다면 절대로 이해가지 않을 스토리 전환에다가,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직설적인 장면 테이크가 노래이외에 정신이 팔리는것을 허용하지 않는듯 하다.
주연들에게 감정이입을 충분히 할수 있도록 사전에 조금 양념을 쳐도 될듯한데 장면 장면이 너무 널뛰기를 한다.
특히 조제트와 마리우스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는 과정은 이런한 편집의 극치를 달리더라. 쟤들이 언제 봤다고 갑자기 좋아죽고 한번 보고 결혼? 
또, 마리우스를 어깨에 매고 하수구를 쏘다니던 천하장사 장발장이.. 몇컷뒤에는 죽음이 임박한 노인네 역할로 갑자기 변하고..
막말하자면 아무감독이나 붙잡고 "되도록 뮤지컬하고 똑같이 만들어봐"하고 시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올것 같다.
톰 후퍼는 개인적으로 보기에 참 감독으로서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이란게 없는 듯하다.. 무색무취가 자기색깔인가..

그래도 이 영화에는 독특한 점이 하나있는데.. 얼굴 클로즈업을 지독하게 애용한다.
단순히 애용하는 수준이 아니고 배우들의 독창에는 모두 예외없이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목 위부터 얼굴전체를 스크린에 가득채우고 카메라를 고정시킨채 곡이 끝날때까지 꼼짝달싹을 하지 않는다..
모든 독창곡을 예외없이 영화내내 이런 식으로 보여주니 갑갑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끔은 배우의 제스쳐도 보고 싶은데 감독은 노래와 표정이외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배우 입장에서는 연기의 섬세한 면이 또렷히 보여서 장단점이 있을법한데.. 아무래도 표정연기가 서툰배우에는 이런 집중적인 클로즈업은 큰 도전이었을 듯 싶다.

또 이 영화는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녹음하지 않고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하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뮤지컬로 직접 듣는게 아닌 바에 이런 방법이 뭐가 좋다는지 모르겠다
..
그런 선입견때문인지 특정 배우들의 성량이 좀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씩 배경연주음악에 묻히거나 따로 노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내가 관람했던 극장탓일 가능성도 높다.

'휴 잭맨'이나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영화를 평소에 보면서 참 목소리가 좋은 배우라고 느꼈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작에 출연하게 되었을수도 있겠다.
이들은 수준급으로 노래를 부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타배우와 비교해보니 애를 좀 먹은것 같다.
문제는 이 영화가 모든 대사를 노래로 처리하는 'Sung-through' 뮤지컬이란 점인데, 워낙 목소리 톤이 좋다보니 평상시 노래는 좋은데 독창씬에서 특출나지가 못하다.
대화로 노래하다가 독창씬에 들어가도 별로 뭐가 달라졌는지 잘 구분이 안간다. 특히..러셀 크로우..
뭐 전문 뮤지컬배우도 아니니 선방했다고 칭찬해줄수도 있었겠다...앤 해서웨이만 없었다면..

앞에서. 너무 노래만 줄창한다..뮤지컬형식에 너무 집착했다..투덜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감독이 이렇게 밀어붙일수 있었던건.. 결국 노래가 너무 좋다..
그 중에서도 앤 해서웨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극장에서 눈물을 흘린게 '쉰들러 리스트'이후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감정이 격앙되서 울먹이게 되는 것을 참느라고 애썼다.
톰 후퍼 감독의 얼굴 클로즈씬은 배우들 입장에서는 가혹하기 그지없다.
잘 생긴 휴잭맨 얼굴도 영화내내 클로즈업으로 관찰하다 보면 "재는 노래하는 감정표정이 저거 몇개 밖에 없나"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억울한 평가가 나올수 밖에 없다.

나는 확신한다.. 톰 후퍼 감독은 이 클로즈업 촬영기법을 앤 해서웨이를 위해 만들었다..
판틴이 울부짖으며 "i dreamed a dream"을 부르며 보여주는 그 얼굴에는 사랑, 슬픔, 후회, 희생이 다 담겨있다.
독창하는 동안 잠시도 단 하나의 표정에 머물지 않으며, 가사를 보지 않아도 그 회한에 찬 표정 연기만으로 노래가 다 이해가 되어 가슴속에 들어온다..
곡 자체도 다른 곡보다 감정선을 뒤흔드는 월등히 아름다운 곡에다, 앤 해서웨이 역시 출연배우중 가장 노래를 잘 한다..
비교적 영화 초반에 "i dreamed a dream"이 충격적으로 객석을 휘쓸고 지나가버려.. 이후 상당 시간동안 영화내 다른 노래들이 귀에 안들어오는 후유증이 있을 정도이다..
앤 해서웨이는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서 그냥 거기 맡겨놓은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그외에 캐릭터에 대한 단평을 늘어봐 본다면

테나르디에 부부를 맡은 헬라나 본햄 카터와 사샤 바론 코헨은 진지한 곡들로 점철된 이 영화에 윤활유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 익살꾼들이 어디서나 제 역할을 멋지게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평소 연기를 영화에서 선보여 놀랐다.

에포닌 역을 맡은 여배우는 노래실력으로는 변화구 투수인 앤 헤서웨이만 없었다면 강속구 에이스인것 같더라..
어려운 곡을 너무 쉽게 부르는데 프로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너무 튼튼하게 생겼어.. 애처로이 노래를 부르는데 떡대가 넘 좋아.. 오히려 남장이 잘어울리더라.

코제트는 페이크 히로인이었다.. 미칠듯이 귀여운 아역에서 왕눈이 아가씨가 된 뒤로는 존재감이 없다..
히로인은 니 엄마인가 보다.. 아역 코제트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노래가 귀에 상당히 익던데..

마리우스는 내가 책을 읽을때는 이런 XX같은넘 욕을 하면서 읽은것 같은데..영화에서는 개념남이더라.. 원래 뮤지컬판이 이런가?
노래 실력은 뭐..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 노래 부르긴 불렀나..수준

그리고 꼬맹이 가브로쉬.. 여성 관객들이 귀엽다고 넘 좋아하던데 노래도 또랑또랑 잘하구.. 최후에는 일제히 "안돼! T.T "

자베르는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는 그 심리가 이해가 힘든건 마찬가지인거 같다.. 러셀 크로우는 냉혈한 추격자 역할에 제격이었다.
울버린을 상대할려면 막시무스 정도는 되야지..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그리고 후반부 스토리를 책임졌던 바리케이트의 아이들.. 폭정에 항거하는 상징이었던 "라마르크" 장군의 장례식때 학생봉기를 해..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켜 세상을 바꿔보자 했지만.. 현실에 안주하려는 시민들의 무관심끝에.. 진압군의 총칼앞에 전원 장렬히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슬픈 전개였다..

마지막으로.. 판틴역의 앤 해서웨이는 초반에 퇴장한줄 알았더니 장발장의 임종시 마중나오는 천사(?)같은 역활로 재등장한다..
그것까진 좋은데.. 사후세계라면 좀 예쁘게하고 나오지.. 여전히 삭발한채로 나온다..
진짜로 삭발했다던데.. 삭발한 이후에 촬영했나 보다... 좀 아쉽..

이 영화의 엔딩장면은 앤 헤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 다음으로 멋진 장면이다.. 장발장의 인생역정을 한장소에서 초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영화속에서 장발장이나 바리케이트의 아이들에게 충분히 감정이입을 하였다면 다시 한번 울컥할수 있다...

뮤지컬에 익숙치 않은 일반영화팬이라도 화려한 출연진의 열연, 앤 해서웨이의 "I Dreamed a Dream", 감동의 피날레씬..
단지 이것들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 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꼭 음향시설이 제대로 된 극장에서 보시길
.


덧글

  • 엘체이 2012/12/19 12:48 # 답글

    앤해서웨이 얼굴표정 정말.... 대단했어요 완전 망가진 표정짓기 쉽지않을텐데요
  • 남선북마 2012/12/20 00:33 #

    앤 해서웨이는 이제 못하는 연기가 없는거 같더라구요.. 좀 긴 얼굴형이 표정연기에 유리한걸까요.
  • 잠본이 2012/12/20 00:08 # 답글

    남장이 더 어울리는 에포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코제트는 어릴때는 요정이 따로 없더니 자라고 나니까 존재감 제로가 되어 아쉬웠죠(...)
  • 남선북마 2012/12/20 00:38 #

    찾아보니 에포닌역의 사만다 뱅크스는 뮤지컬배우더군요. 뮤지컬에서도 에포닌역을 했던데 그만큼 영화배우로는 에포닌역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캐스팅했겠지요.. 그래도 영화배우들에 비해 비주얼이 좀 딸리는건 어쩔수없네요..
  • 12 2012/12/20 13:34 # 삭제 답글

    클로즈업 방식에서 갑갑한느낌 전 전혀 받지를 못했는데요 계속 집중해서 몰입하다보니까 시간가는 줄모르고 재밌게 봤습니다.
  • 남선북마 2012/12/20 16:26 #

    상상하는 모든것을 표현할수 있는 장르가 영화인데.. 카메론 맥킨토시가 제작에 참여해서 그런지 너무 원작 뮤지컬에 얽매였어요.. 물랑루즈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영상으로 표현해주는 센스도 같이 갖추면 좋았을텐테.. 그 멋진 독창곡들을 배우 모공과 자막만으로 즐겨야된다니.... 그 집요한 클로즈샷과 원테이크로 특색없는 평범한 샷만 남발된거같아요..
  • 에핑 2012/12/24 17:07 # 답글

    삭발천사 판틴을 보면서 일견, "죽어도 나아질 바는 없어.ㅋ" 같아서 소름끼쳤어요. 클로즈업과 원테이크 때문에 지치는 기분이었나봐요. 그랬구나, 그랬던 거였구나...
  • 남선북마 2012/12/24 22:15 #

    숫제 이건 뭐 뮤지컬보다 더 시야가 좁으니.. 감독이 제작자인 카메론 맥킨토시에서 긋발이 밀린거죠 뭐.
  • 여람 2012/12/26 20:14 # 답글

    에포닌은 그러나 그 허리가...! 허리가 사람 깜짝 놀라게 만들만큼 날씬합니다(덜덜) 그 똥그랗고 튼튼해보이는 얼굴 보다가 잘록한 허리가 눈에 들어오는 전신샷으로 잡히면 부러질까봐 겁나요;ㅂ;
    차라리 허리도 튼튼했으면 좀 좋을 것 같았는데 정말 너무 홀쭉해져요(덜덜덜덜덜)
  • 남선북마 2012/12/26 21:17 #

    이럴때.. 부모님이 원망스럽죠.. -.- 아무리 다이어트해도 얼큰은 어디 가질 않으니... 뮤지컬 가수인데 몸이 그렇게 가늘어도 노래부르는데 지장이 없나봅니다?
  • 레미 2013/01/31 14:53 # 삭제 답글

    안타깝네요.. 레미제라블 뮤지컬 한번도 못보셨나봐요 아님 몰입력이 좀 부족하시던지요 ㅜㅜ
  • 남선북마 2013/01/31 23:25 #

    글쎄요. 뮤지컬을 봐야 감흥을 느낄수 있다면 도대체 이 영화는 영화로써 무슨 의미가 있는지.. 비싼배우 쓴 뮤지컬 재현 실황?
    개봉첫날에 보았는데 태어나서 영화중간에 나가버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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