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뜻밖의 여정... 48프레임 HFR로 즐기는 중간계 모험담 by 남선북마

2012년에는 연초부터 개봉일만 손꼽아 기다렸던 대작들이 참 많았다... 프로메테우스, 다크나이트 라이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007 스카이폴 등..
기대감이 하늘을 찔러서 그랬는지.. 지나고 보니 모두 2%로 부족한 느낌으로 아쉬운 마음을 지울수 없었다.
이제 올해도 몇일 남기지 않은 마당에.. 올해 마지막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호빗"을 보았다. 보고난 감상은.. 단연 2012년 최고의 수확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영화팬들이 판타지 영화에서 기대하는 모든 분야을 200% 이상 충족시키려 한 피터잭슨 감독의 편집광적인 노력이 돋보였다.
이 영화의 신기한 점은 상당히 많은 액션신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그것들을 예고편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참 특이한 케이스이다.

일단 영화 플롯자체가 일반관객들에게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질수 있을정도로 단순하고 익숙한데서 가산점을 받고 들어간다.

중간계에 황금으로 번영했던 난쟁이족들의 왕국 "에레보르"가 있었다.
하지만 이 황금을 탐낸 중간계 최강의 드래곤 "스마우그"가 침략을 하여 왕국을 멸망시키고, 이 곳을 아무도 접근 못하는 스마우그의 둥지로 삼는다.
에레보로 왕국의 난쟁이들은 필사적을 저항했으나, 모두 드래곤에게 불타죽거나,탈출한 이들은 집을 잃고 떠도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난쟁이들의 유랑왕자 "소린"은 자신의 13명의 난쟁이 가신들과,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의 조력을 받아 왕국탈환의 계획을 세운다.
에레보로 왕국으로 통하는 "외로운 산"의 비밀통로를 이용하여, 그곳에 또아리 틀고있는 "스마우그"를 직접 공격하려는 계획인데..
이 통로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도적 멤버가 필요하였고, 마법사 간달프는 호빗족 "빌보 배긴스"를 추천한다.
평화롭게 호의호식하며 살던 호빗 "빌보 배긴스"는 어느날 들이닥친 소린과 그일당에 의해 팔자에 없는 드래곤 사냥에 휘씁리게 되는데..

원작이 동화에 가까워서 그런지 쉽고 익숙한 줄거리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나라를 멸망시킨 드래곤을 물리치기 위한 원정기이다.
반지의 제왕. 1편 이었던 "반지원정대"를 생각해보면, 개념부터 생소한 절대반지가 등장하여, 절대반지 때문에 중간계가 멸망할듯이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호들갑을 떨어댄다.
당시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절대반지에 대한 복잡한 설정과 연원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바빠, 영화속 위기상황이 실제로 체감이 잘되지 않았다.
반지원정대 멤버들도 억지로 잡혀온 호빗 둘에다. 긴가민가 하면서도 한손 거들어준다는 기분으로 끼어드는 타종족 등 별로 중간계의 운명을 건 파티라는 느낌이 와닿지 않았다.

반면, 이 영화의 난쟁이 원정대는 전원이 죽음을 무릅쓰고 드래곤으로부터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겠는다는 일편단심을 극중 내내 보여주고 있어,
반지원정대에서처럼 주요인물이 진중한 대사를 통해 억지로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아도, 저절로 은연중에 난쟁이들의 비장한 의지가 느껴지게 되어있다.
애당초 난쟁이 원정대가 13명인게.. 13명만 모은게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을 구했는데 찾아온 난쟁이들이 13명뿐인거다..
난쟁이들로만 드래곤 원정이라니 대부분 죽으러 가는 원정이라 생각했다는 의미이다..

아무래도 난쟁이들로 구성된 원정대이다 보니 반지원정대에 비하면 훨씬 약하여서, 적들을 만나면 십중팔구 열세에 놓이게 되고 시종일관 쫓겨다니기 바쁘다.
체감상으로 적들도 반지원정대보다 훨씬 다양하고, 추적 또한 집요하여 거의 쉴 틈도 없이 릴레이로 몰아친다.
아무리 봐도 드래곤과 싸운다는게 가망성 없는 이야기같은데, 이 난쟁이들은 시종 조롱당하고 밟히면서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전혀 의지가 꺾이지 않아 짠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약자들이 헤쳐나가는 역경이 관객들로부터 충분히 감정이입을 할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며,
극장을 나서면서도 다음편에서 도대체 이 난쟁이들의 정신사나운 원정대가 어떻게 드래곤과 담판을 지을까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드는 요인이다.

"호빗, 뜻밖의 여행" 이 영화 한편만을 본다면 반지의 제왕 1편인 "반지원정대"보다 훨씬 더 볼거리도 많고, 내용면에서 일반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쉽다고 생각된다.

대체로 일반관객들의 평들은 초반부가 늘어지고 지루해서 아쉽다는 평이 제법 많다.
"반지의 제왕"은 원작이 2000쪽이 넘는 방대한 작품인데 반해 "호빗"의 원작은 500쪽도 채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개봉 전 반지의 제왕과 같이 3편으로 나눠서 제작한다는 발표가 나왔을때 이야기가 억지로 늘여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왔고, 개봉 후에도 그러한 불평이 상당히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실제 직접 보고나니, 걱정했던것과 달리 초반부는 오히려 탄탄하게 잘 짜여졌고 중반부에 이야기가 많이 첨가되어 있다.
초반부 빌보의 집에 난쟁이들이 들이닥쳐 제멋대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수다를 떨고 원정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부분이 있는데, 다들 이 부분을 늘어지는파트로 지적한다.
하지만, 난쟁이들의 막무가내 소동으로 웃음이 터지는 와중에 세계관, 원정목적과 어려움, 난쟁이들간의 인간관계가 다 설명된다. 오히려 이 초반부 식사장면이 "반지원정대"보다 한층 더 세련되어진 피터잭슨의 연출실력이 돋보이는 장면인데 왜 다들 이부분을 지루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중반부, 여행과정에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동어반복이 사용된다.
적과의 조우,한동안 싸우다가 도주,도주실패해서 잡힘,간달프 등의 도움으로 탈출..이러한 패턴이 서너차례 계속 반복된다.
위협 대상이 트롤, 오크, 자이언츠, 고블린, 늑대 등 으로 계속 바뀌어서 그렇지.. 이 구간이 단순반복되어 아쉬운 부분인데, 워낙 영상이 화려하다 보니 잘 감춰진거 같다.

중반부 계속되는 비슷한 유형의 전투신으로 좀 피로해지려는 찰나, 우리의 히어로..골룸이 등장해서 정신이 번쩍 든다.
골룸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탄성이 터져나오는데, 정말 반갑기까지 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을 봤을때도 그 생생함에 놀랐었는데 이번 호빗에서의 골룸은 그때의 느낌을 초월하였다.
48프레임의 사실감과 합쳐져 움직임부터 피부 질감까지 마치 실제 피부를 이식한게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골룸의 표정이 사람보다 더 자연스러워서 관객들이 골룸의 다양한 감정의 표정에 따라 많이 웃으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수께끼 답을 생각할 때 안간힘을 쓰는 그 표정이란..!!
역시 앤디 써키스의 모션 캡쳐 연기는 언젠가 반드시 아카데미상을 받아야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듯 했다.

이 영화에는 신기술이 사용되어 화제가 되었다.
기존 영화들이 지금까지 24프레임으로 제작된데 반해(1초에 24장의 사진을 스크린에 뿌려 동영상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 호빗에서는 최초로 48프레임으로 찍어서 상영한다. 시중 극장에서는 HFR(High Frame Rate)라는 이름으로 상영되는 영화관에 해당된다.
실제 겪어보니 과연 '아바타'이후 영상혁명이라고 불릴만 하지만,장단점 또한 극명한 포맷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는 너무나 선명한 화질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단연컨대 여태까지 극장에서 본 영화 중 가장 화질이 좋았던 것 같다.
늘어난 프레임의 효과인지 놀라운 사실감 과 현장감이 느껴지고, 특히 카메라가 고속으로 움직일 때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영화 초반에는 눈이 적응을 못해 어색했는데, 후반부 대규모 액션장면에 들어서면 왜 48프레임을 고집했는지 알수 있다.
특히 HFD는 3D영화의 단점을 모두 상쇄해준다.3D 상영시 화면의 밝기나 선명도에서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이는데, HFD에서는 오히려 일반 2D영화보다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화면이 빠르게 지나갈때는 필연적으로 잔상이 남을 수 밖에 없는데, HFD는 그런 단점이 없이 모든 컷이 선명히 보이고 또한 장시간 보고 있어도 눈의 피로감이 없다
고블린 소굴에서의 정신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대규모 난동 액션씬 와중에서도 파편 하나하나 누굴때리고 어떻게 넘어지고 구르는지가 명확히 보여진다.
한마디로 말하면 HFR 와 3D는 어느 하나가 빠질수 없는 필연적인 조합인것 같다.

반면, 일상적인 장면에서는 뭔가 대단하다는 느낌보다는 어딘지 낯설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액션부분에서 빠른 속도감이 느껴져 좋았지만 일반 대화 장면에선 1.2배속으로 상영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나치게 선명하고 사실적인 화면에, 오히려 TV영화를 보는 느낌이 나고, 배경이 모두 연극 무대처럼 느껴진다.
초반 샤이어 마을 전경을 너무 사실적으로 보여, 마을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텔레토비 세트장으로 보이다.
일반적인 24프레임의 2D와 비교해서 영화 특유의 묵직한 느낌이 사라진 것은 최대의 문제점이다.

관객들이 모두 실물과 똑같은 영화를 보기를 원할까?
"호빗"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환타지 영화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48프레임 촬영에 영화적 분위기와 우아함이 희생된것은 아닐까...

HFD 48프레임 촬영이 영화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것인가 헤프닝에 그칠것인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개인적으로 말하면 HFR은 3D 영화만을 고려한다면 탁월한 차세대 포맷으로 보이지만, 2D 영화에서는 장르에 따라 취향의 문제로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

돌아와서 "반지원정대" 확장판을 다시 한번 보았다.
"반지원정대"를 다시 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빌보 배긴스의 호빗에서의 모험담이 많이 거론되어 새로운 즐거움이 있었다.
호빗을 즐겁게 보신 분들은 반지원정대를 재감상하는 것도 권해본다.

이번 편에서는 드래곤 스마우그 모습도 일부만 나오고, 그외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쉽기도 했지만,
앞으로 2편,3편을 기다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안달이 난다.

영화팬들을 두고두고 흥분시킬 새로운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시작한.. 피터잭슨 만세!


덧글

  • 후안 2012/12/23 19:19 # 답글

    저도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과 다르게 지루했던 부분은 없었네요.
    뭐 반지의 제왕 때부터 스토리 전개의 호흡이 빠른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호빗의 초반 느린 진행도 이해가 됐었죠.
  • 남선북마 2012/12/24 22:14 #

    반지원정대를 보면 영화시작한지 1시간반은 지나야 원정대가 결성되지요.. 지금의 호빗영화 보다 더 줄이는것은 불가능해보이는데..
  • 리에르 2012/12/28 00:38 # 답글

    정말 골룸은 소름끼치면서 귀여운, 참 특이한 캐릭터에요. 그 캐릭을 살린 앤디에게 이제야말로 꼭꼭 상을 챙겨줘야 해요!ㅋ
  • 남선북마 2012/12/28 09:24 #

    앤디서키스는 혹성탈출에서도 명연을 보여주었죠.. 이번 호빗에서는 세컨드 유닛 연출까지 맡으면서 점점 거물이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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