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희야 세상에 나온 날.. by 남선북마

1. 상당히 늦은 나이에 결혼한 우리 부부였기에, 마음속으로 은근히 아기를 쉽게 가지기는 힘들것이라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웬걸.. ㅎㅎ 거의 허니문 베이비에 가까울 정도로 빨리 아기가 찾아왔다.  우리 부부가 궁합이 좋았나보다. 너무 기뻤다..
    세상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순조롭게 풀려나가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아내는 아기를 위해 열심히 임산부 강좌를 들으러 다녔고, 저녁에 내가 퇴근하면 뱃속 아기의 태동을 즐기며 지냈다.

2. 모든 것이 순조로와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부부는 임신기간중 행복하게 보내는 와중에 약간 방심했나 보다.
    아내의 나이가 많았지만, 임신초기도 잘 넘겼고 각종 검사에서도 모두 안전한것으로 나와 노산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었었다.
    그런데 우리같은 고령출산은 임신초기 유산도 조심해야되지만, 특히 조산을 대비해야되는걸 미치 인지하지 못했다. 

3. 임신 32주차.. 출산예정 2개월전..태교 연주회에 가기 전날, 아내가 자꾸 배가 주기적으로 뭉쳤다 풀렸다 한다고 호소해왔다, 
   조금 걱정됐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생각하고 연주회 가기 전에 병원에 들러보자고 했다.
   그런데 그 길로 출산까지 이어질줄이야.. 

4. 병원에서는 출산의 전단계인 약한 자궁수축이 시작됐다며, 지금 태어나면 미숙아로 위험하니 최대한 약으로 막아보자고 했다. 
   간단히 진료만 받고 놀러가려던 게.. 입원까지 하게 되고, 출산할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우리부부는 패닉에 빠졌다. 
   자궁수축은 잡힐만 하다가 심해지고, 강한 약을 또 써서 진정되는가 싶더니 다시 요동을 치는 등 우리 가슴을 새까맣게 태웠다

5. 입원한지 3일인가 4일인가 되었을때 새벽에 병원에서 호출이 왔다. 자궁문이 열렸으니 이제 출산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출산을 막는 다는것은 달리기 시작한 열차를 세우는것과 같다면, 막을수는 없지만 최대한 늦추어는 보자고 했다. 
   요는 지금 32주차인 우리 아기가 34주까지만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나면, 페와 같은 신체 주요장기가 완성되어 태어난다고 했다.
   같은 조산아라도 산소호흡기를 다느냐, 신체 장기가 미숙하나마 만들어져 태어나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6. 아내는 작고 겁이 많은 소녀같은 여자다. 연애할때도 느꼈지만 결혼하니 정말 천상 여자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내는 놀라웠다. 아기를 위해 약기운으로 또는 악으로 일주일을 출산을 하지 않고 버텼다. 
   아내말로는 밤중 자궁수축 진통이 오면 태교송을 불러주면서 아기를 달래주면서 버텼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아기는 33주차에 태어났다.
   분만실문앞에 인큐베이터 등 응급장비 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우리아기는 숨도 잘쉬었고 응애응애 잘 울었다.
   아내는 작고 겁이 많기는 했지만, 위대한 엄마이기도 했다..

7. 분만실앞에서 간호사가 안고나온 우리 아기는 막 태어난 신생아인데도 너무 예뻤다.. 내 자식인데 이렇게 예쁘다는게 신기했다.
    이때 잠깐보고 한동안 인큐베이터안 모습만 보게 되지만, 새초롬한 우리아기는 너무 첫인상이 강렬했다.


8. 아빠로서의 반성... 나는 원래 생각했던 계획과 전혀 다르게 일이 진행되면 패닉에 빠지는 경향이 있나 보다.
   난데없는 입원부터 병원 옮기기, 출산까지 폭풍같은 일주일동안 나는 어찌할바 몰라 어버버 거리기만 했다. 
   아빠가 될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안됐고, 힘들게 투병하고 있는 아내를 격려할 마음의 여유도 가지지 못했던거 같다.
   산후조리원의 어느날 밤 아내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울때,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9. 사랑한다 지현아.
    사랑한다 채희야..
    이제는 아빠가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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