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페이지에서 퍼온 줄거리..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온갖 궂은 일을 다 도맡아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CF 조감독 최보나.
연이은 야근에 푸석푸석해진 얼굴과 떡진 머리는 최보나의 일상이 된지 오래…
무엇보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이 시대의 대표적인 흔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최보나는 야외촬영에서 낙오되어 헤메이다.. 우연히 마주친 가판대에서“남자사용설명서”비디오테잎을 구입하게 된다..
그녀가 반신반의하며 “남자사용설명서” 테잎 속 Dr. 스왈스키의 지시를 따라 하자,
거짓말처럼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은 물론 한류 톱스타 이승재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게 되는데…
요즘 대중문화를 평론하는 글을 보면 '키치'한 작품이란 낯선 표현이 종종 보인다.
키치(Kitsch)란 ‘통속 취미에 영합하는 예술 작품’을 가리키는 말로 원래 19세기 후반 통속적인 싸구려 그림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오히려 일부러 유치하고 천박한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기성 작품들의 엄숙주의를 희화하려는 시도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이러한 키치적인 B급 요소로 도배가 되어 있는 영화이다.
만들다보니 영화의 완성도가 낮아 B급이 된게 아니라.. 이른바 B급 정서를 의도하고 만든 영화..
이러한 생소한 시도는 자칫 영화 자체를 유치하게 만들어버리는 크나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할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역으로 B급 정서의 디테일을 정확하게 표현하게 묘사함으로써.. 오히려 더 시대를 앞선 세련된 연출로 보이게 만들었다.
B급을 의도하고 만들었는데 그것들이 매우 세련되었다는 그 모순점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이다.
특히, 중심 소재인 비디오 테잎이 가지고 있는 당시의 문화적인 감흥을 영화 전반에 깔아놓아.. 비디오세대인 70-~80년생들이 환호할 만한 정서가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어릴적 비디오 테잎을 틀면 제일 먼저 나왔던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불법 비디오" 화면이라던가.. 손으로 쓴듯한 투박한 한글자막을 겪었던 세대에게는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고,
그러한 것이 생소한 세대에게는 형용할 수 없이 이색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체험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득 과거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일본 영화와 분위기가 약간 비슷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과장되고 연극적인 대사와 상황이 주어지고,
상황전개와 사건전환이 마치 자극이 강한 CF를 계속 이어 놓은듯한 연출에다가..
야외촬영을 해도 마치 세트장에서 찍은것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도록 배치하는 등..
마치.. 환타지물에 살짝 발을 담근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를들면 비디오속과 현실사이를 천연덕스럼게 오가면서 여주에게 참견을 해대는 닥터 스왈스키라든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류의 몽환적인 영화는 절대 아니지만, 그러한 비현실적인 연출과 분위기를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이렇게.. 기존 영화에서 쓰이던 문법과는 다른 나름 신선한 시도들인데..
그것들이 내가 보기에도 극히 매니아적 취향을 타는 것들로 보여.. 일반관객들의 호불호가 크게 있을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로맨스보다는 코미디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다...
사실 여성관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주인공역에 캐스팅된 배우가 오정세인 것 부터가.. 로맨틱한 상상을 일으키기 힘들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보나 오정세는 코미디를 염두에 둔 캐스팅같다.. 실제 영화상에서도 진지함을 1분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웃겨버린다.. -.-
하지만, 영화를 즐기다 보면 은근히 찌질한 오정세가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 푼수같은 이시영과 끼리끼리 잘 만났다는 느낌도 들어 불만이 사그러들것이다..
이 영화에서 만들어내는 웃음의 질이 참신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기존의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에서 흔히 시도되었던 관습적인 억지웃음들.. 어설픈 욕설과 언어유희 대신에..
영화 전반에 걸쳐 신선하면서도 매니악한.. 그리고 깨알같이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쉴새없이 쏟아내어 계속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특히, 개그톤이 케이블 TV의 SNL에서 요즘 볼수 있는 성인개그를 연상시키는.. 수위가 높으면서도 세련된 개그톤이다..
영화판정은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지만, 대사나 개그의 수위가 좀 있는 부분도 있으니 염두에 두시길..
기발하면서도 소소한 웃음이 계속 터지는 가운데에서도.. 엘레베이트안에서의 따귀 연발신과
펜션에서 발가숭이로 탈출하는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씬이었다.
이 장면에서의 오정세의 천변만화하는 온갖 희노애락이 담긴 표정은 마치 연기의 신이 내린듯한.. -.-
커플즈, 위험한 상견례 등 그동안 꾸준히 로코물로 쌓아온 이시영의 매력이 이 영화에서 200% 이상 폭발했다.
영화 모든곳에서 이시영의 사랑스러움이 넘쳐 흐른다.. 사실 그동안 은근히 쌓아온 내공이 얼마인데.. 이 영화가 이시영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나 않을까?
오정세도 참 궁상맞고 찌질한 연기를 타고난 듯이 자연스럽게.. 초지일관 잘 보여주었다.. 새로운 발견이다..
육봉아 감독(이원종)과.. 그리고 스왈스키 박사(박영규)도 이 영화의 유머코드를 시종 능글맞게 주도하였다.
결론적으로.. 오랜만에 내 개인적인 기호를 모두 맞춘.. 모든 새로운 시도가 매우 만족스러웠던 로맨틱 코미디물이있다.
다만 이 영화의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어서...
먼저, 참신하다고 생각되었던 웃음코드가 영화내내 쉴새없이 사용된 결과.. 후반부에 피로감이 쌓이면서 그 약효가 약해지는 면이 있다는것.. .
둘째, 과장되고 키치스런은 이러한 연출 방식이 한국관객들에게 취향을 크게 탈 수 있다는 사실, 이른바 호불호의 문제
마지막으로, 연애와 더불어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남성위주 시스템으로 인한 벽, 그로인해 잃게 되는 것을 은근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데..
좋은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의 성격과는 겉도는 주제같다.. 사실 로맨스만 주력해도 코미디에 비해 그 강도가 약한 마당에..
연애초보자가 제3의 도움을 받아 연애를 성공시킨다는 설정에서. 과거의 흥행작 "시라노 연애조작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수 있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을 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산 반면에..
이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는 완전히 대칭점에 서서 관객들에게 환타지를 통한 대리만족을 선물하고 있다.
하지만, 두 영화를 다 본 입장에서 결론은 '진심"이라는 동일한 결과물을 산출해냈다는게 재미있다..
PS. 닥터 스왈스키의 가판대위에 쌓여있는 비디오 테잎 중에는 남자사용설명서 이외에..
직장생활 날로 먹는법, 교묘하게 밥값 안 내는법, 이성과 친구로만 남는법, 분위기 띄우는법 등 깨알같은 인생지침서들이 스쳐지나가던데..
갖고 싶더라.. 나는 그게 꼭 필요하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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