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임파서블... 재난은 눈요기거리가 아니었다.. by 남선북마

'더 임파서블’은 '쓰나미'라는 말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린..그 유명한 2004년 동남아 대지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태국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지내다 쓰나미를 당한 스페인 일가족(남편,아내,세 어린아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완 맥그리거와 나오미 왓츠 등 유명 헐리우드 배우가 출연하였지만, 특이하게도 태생은 스페인 영화이다.
알고보면 이런 국적이 혼동되는 영화가 은근히 있더라. 개봉중인 공포영화'마마'도 알고보면 스페인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내가 그동안 재난영화라는 장르에 대해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현혹시키는 스펙타클한 컴퓨터 그래픽 대재해의 위용을 배경으로.. 전형적인 드라마와 영웅적인 등장인물로 버무려져 있는 헐리우드 재난영화들.
이른바, 롤랜드 에머리히표 롤러코스터 팝콘 재난영화에 길들여져 있다가 '더 임파서블'같은 진짜 재난영화를 만나게 되니...
상영시간 내내 그 고통스러운 간접체험에 체력적, 감정적 소모가 커서 너무 힘들었다.. 재난이라는 것은 즐기는 것이 아니었다.
눈요기거리가 아닌 진짜 재난을 다룬 영화

'더 임파서블'은 초반 20분정도에 쓰나미가 쏟아져 들어오고 그 이후 서로 생사도 모른체 찢어진 가족들의 여정이 100여분 동안 진행된다.
"재난" 그 자체가 주연이 아니고, "재난 그이후"의 살아남은 가족들의 생존극이 주가 되는 영화이다.

하지만,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중후반의 가족들의 고통스런 드라마가 오히려 절실하게 가슴에 와닿을수 있었던 이유는
초반 느닷없이 들이닥친 쓰나미의 사실적인 묘사에서 오는 공포가 관객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쓰나미장면는 여느 재난영화보다 분량은 적지만 영화내내 그 심리적 여파을 행사하고 있다. 
화산폭발이나 건물붕괴 등의 재난장면을 마치 액션영화의 클라이막스처럼 멋지게 터트러면서 활용하는 일반재난물과 달리 이 영화의 쓰나미는 끔찍하고 징그럽고 더럽기만 하다.

거대한 쓰나미의 위용을 과시하기 보다는..그러한 급류속에서 무기력하게 쓸려가 버리는 가족들의 처참함에 더 카메라가 집중하면서..
관객들은 대재해의 장관에 현혹되지 않고, 그안에서 생존을 위해 고통스러운 여정을 벌이는 주인공들에게 더 몰입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잔혹한 장면의 노출빈도가 잦은 것은 아닌데, 단 한두번 보여주는 그러한.. 장면의 수위 자체가 높다고 느껴지긴 했다.

인상적인 장면을 들면, 쓰나미 이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어머니와 어린 아들. 두 모자가 폐허가 된 재해현장을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면서 빠져나오고 있다.
어린 아들이 힘겹게 앞장서고  있는 어머니(나오미 왓츠)의 종아리 부분을 무심코 보는데... 그순간 극장안에 여성관객분들의 자지러지는 비명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이렇게 끔찍한 신체훼손을 심정적으로 대비할 여유를 주지도 않고, 무심코 스크린에 들이대다니.. 그뒤로 아들은 어머니의 상반신만 볼뿐.. 감히 아래를 쳐다볼 생각도 못한다.
영화는 아무렇지 않게 이 장면을 보여준 후, 이 모자에게 긴 시간동안 쓰나미가 쓸고지나간 폐허와 오물을 헤치며 탈출행로를 계속해나가게 한다..(하반신은 물에 여전히 잠긴채!)
단 한컷의 장면을 1초도 안되는 순간에 무심하게 보여주었을 뿐인데..
이후 나오미 왓츠의 일거수 일투족을 볼때마다.. 그 끔찍한 자상이 관객들에 뇌리에 박혀.. 자기도 모르게 영화속의 등장인물이 된양 이를 악물게 된다

이렇게 모든것을 직접적으로 설명하거나 보여주지않고, 관객들의 머릿속에 상상하게 하여 함께 재난속의 고통을 체험하게 하는 세련된 연출을 보여준다..
주인공 모자가 재난현장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후에야. 내가 이를 앙다물고 있으며,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서야 힘을 풀고 좌석에 몸을 묻힐수 있었는데.. 영화에 쉽게 몰입하는 나 같은 타입에게는 체력,정신소모가 심한 영화이다.
재난이 주인공이 아닌,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앞에서도 말했듯이 재난을 멋지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고, 그 재난속에 내팽게쳐져 뿔뿔이 흩어진 가족의 이야기이다.

초반의 무시무시했던 쓰나미 장면이 지나간 후..
이야기는 아버지(이완 맥그리거)의 기약없는 가족 찾기와... 절망속에서 죽어가는 엄마 곁을 지키는 어린 아들(톰 홀랜드)..두가지 갈래로 진행된다.

재난상황에서 가장 큰 공포는 자신이 받는 고통보다,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이라는 것이라고들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나머지 가족들의 생사도 알수 없이..
끔찍한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도 못받고 서서히 죽어가는 엄마 곁을 무기력하게 지키는 아들의 심리적 공포가 절절히 다가온다
절망만이 가득히 임시구호소안에서.. 잠깐 한눈 판 사이 엄마의 병상이 치워져버렸고..
설마하는 두려움에 떨면서 엄마를 찾아헤메는 어린 아이의 심리적 공황이 스크린너머 느껴졌다..

이야기의 전반부가 어머니인 나오미 왓츠 중심으로 그려진다면 후반부는 이완 맥그리거가 풀어나가는데...
이 영화에 그나마 아쉬운 점이라면, 후반부 다른 파트를 맡고 있는, 아버지역의 이완 맥그리거의 가족 찾기는 조금 흡인력이 약하다.
쓰나미에 휩쓸리면서도 처절하게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였던 모자와는 달리, 아버지와 다른 두 아들은 '사실은 살아있었습니다'하고 갑자기 등장해..관객들의 감정이입이 잘 안되어 있기도 하고,
헤어진 가족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지못하는 두려움 속에서 필사적으로 찾아헤메는 영화속 아버지의 심정이,
이미 그들의 생존여부를 확인한 우리들로서는 쉽게 동화되지 않는다.

확실히, 나오미 왓츠의 모자간 생존파트 보다 이완 맥거리거의 가족찾기 이야기는 감정적인 전개가 약해.. 영화내내 조여왔던 긴감장의 끈도 여기에 와서는 느슨해진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재난의 공포를 간접체험케하는 전반부 이야기와는 달리,
조금 제3자적인 관점으로 한발 물러나, 쓰나미가 남긴 다른 고통받는 인간 군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위한 다큐멘터리적인 시도같기도 하다.
진짜 피해자라고 할수있는 원주민들의 무뚝뚝하면서도 헌신적인 도움들, 자신을 위해 아껴놓은 휴대폰을 빌려주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 주인공들만 쫓아다니다 놓칠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닐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사실은 가족영화

이 영화의 암담한 상황들이 의심없이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실화라는 배경과 함께..
이완 맥그리거, 나오미 왓츠같은 나름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큰 몫을 했다.

이완 맥그리거의 절망속에서 한가닥 희망을 놓치지 않고.. 자신을 추스려가면 가족을 찾아해메는 담담하면서 한편으로 격앙된 아버지 역할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나오미 왓츠의.. 보는 이에게까지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같은 처절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아들역의 톰 홀랜드와의 호흡이 너무나 좋아..
이 모자가 함께 헤쳐나가는 초반 탈출로에서의 절절한 감정들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관객들은 감성적으로 두모자의 고통에 완전히 동화되어 버린다..

어린 아들 루카스를 역기한 톰 홀랜드는 이 영화 최고의 수확이다.
엄마에게 보호받는 처지에서 지켜야하는 역할로의 변화, 점점 수렁으로 치닫는 처지에 휘씁려가는 감정연기 등
그런 끔찍한 부침을 겪으면서도..이 소년이 철부지 어리광쟁이에서 벗어나 영화내내 조금씩이지만 성장해 나가는게 대견하기까지 하다.
관객들이 결국 두 주연배우보다 더 몰입하게 되는 대상이 어린아들 루카스였으니, 사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 영화는 한편으로는 아들 루카스의 성장담이라고 봐도 좋지않을까..

헐리우드식 재난영화들로 무디어졌던 감수성에 다시 한번 예리하게 날을 세워주는 사실적인 재난영화여서 만족했다....
너무 몰입한다면..기력이 심히 소모될수 있어서 그렇지... 보고나면.. 어머니에게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 것이다...

PS 1. 근래에 본 영화 중 사운드(효과음)를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한 영화인것 같다.
          공포영화처럼 갑작스런 큰 소리로 놀래키는 대신에, 서서히 가슴 밑바닥에서 소리가 울려퍼지면서 공포를 고조시키는 그런 사운드이다. 특히 격류소리는 끔찍하다.

PS 2. 나오미 왓츠는 킹콩에 잡혀가고..쓰나미에 쓸려가고.. 재난영화의 여왕이 될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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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동굴아저씨 2013/01/27 00:13 # 답글

    재난 = 항거할 수 없는 폭력
  • 남선북마 2013/01/27 01:50 #

    네 정확한 표현이지요... 그런면을 이 영화는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그야말로 느닷없이 닥치는 천재지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 별찌 2013/02/11 17:00 # 삭제 답글

    우와.. 어쩜 후기를 이렇게 잘 쓰실수 있지요??감동받았습니다..ㅠㅠㅋ
    사실 저도 글쓴이님처럼 영화에 몰입해서 보는 편이라 이 영화를 본후 기진맥진한 상태로 한동안 멍하게 있더랬지요ㅋㅋㅋ
    영화 자체는 정말 감동도 감동이지만 재난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상도 받게 되었고 매우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영화 오늘 가족들이랑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후기 정말 잘 보구 갑니다!!
  • 남선북마 2013/02/12 00:12 #

    좋게 보셨다니 부끄럽네요.. 다른분들 리뷰보고 보기드문 영화겠다 싶어 챙겨봤는데..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상당하더군요..
    고통스런 상황에 대한 몰입감 하나는 최고였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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