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아틀라스...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닙니다.. by 남선북마


"라이프 오브 파이"에 이어 다시한번 상당한 두뇌활동이 필요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았다.
사전에 어느정도 예비지식을 습득하고 관람했는데도 이야기 쫓아가기가 벅찬 영화였다.

'워쇼스키'.. 그 이름만 보고 매트릭스의 충격적인 플롯이나 스피드레이서의 화려한 영상효과들..
이런 것들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은 시작부터 생소한 전개에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역시. 워쇼스키 남매의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예습이 필요한 영화였다.
예습뿐인가..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해하려고 하자면 복습까지 필요하다.
최소한 영화의 주된 주제가 "윤회"라는 것은 알고 봐야 한다.
윤회라는 테마 아래 이야기들을 관통하고 있는 연결요소들을 끼워 맞춰가면서 관람한다면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윤회로 엮여진 6개의 단편

이영화는 기본적으로 6개의 단편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고, 이 6개의 스토리는 모두 장르와 시대가 상이하다.
여기서, 완전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제각기 여섯개의 스토리가 사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여섯 시대, 여섯 공간의 각 주인공들은 모두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윤회"라는 테마 아래 사실은 동일한 존재들이며,
이전 시대의 삶들이 현재의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정인 것이다 .

영화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6개의 단편은 이렇다.

 Story1 1849년 태평양 항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배를 탄 애덤어윙은 항해중 큰 병에 걸리고, 그를 치료하던 동승객 의사에게 의지한다.
그러나 그 의사의 의도가 위장살해라는게 밝혀지면서 생존을 위한 싸움과 모험을 하게된다.   
 Story2 1936년 벨기에 ~영국
 방탕한 생활로 곤경에 처한 젊은 천재음악가 로버트프로비셔. 그는 유명 작곡가의 비서로 지내면서 걸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육중주’를 작곡하지만
유명작곡가의 음모로 저작권을 두고 협박을 받고 파멸 하게된다.   
 Story 3 1974년 샌프란시스코
 핵발전소에 숨겨진 거대음모를 단신으로 추적하는 열혈 여기자 루이자레이의 스릴러   
 Story 4 2012년 현재 영국 런던
 큰 성공을 했으나 주위사람들의 음모로 사채업자에게 쫓기다 강제로 요양원에 갇히게 되는 출판업자.
요양원의 비인간적이고 독재적인 규율에 반항하여, 요양원의 동료들과 탈출 계획을 세워 그 곳을 벗어나게 되는 모험극   
 Story 5 2144년, 미래국제도시 NEO SEOUL
 인간들의 필요에 따라 착취당하다 죽여지도록 계획되어진 복제인간이 만들어지는 미래세계. 자각을 시작한 한 클론이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폭력성에 맞서게 되는 SF 액션   
 Story 6 2346년, 문명이 파괴된 미래의 지구
 모든 문명이 인간의 탐욕으로 멸망한 아포칼립스 미래에서 자신의 섬과 가족을 잔학무도한 코나족 악당들로부터 지키려고 싸우는 젊은 청년의 액션 활극

6개의 이야기는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고 각 에피소드간 연결고리되는 물건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의 선상에서 쓴 일기가..
훗날 두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인 음악가에게 발견되어 중요한 영감을 제공하여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완성케 하고,
이‘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는 3편 에피소드의 르포 기자 루이자 레이의 애청곡이 된다.
또한 4번째 에피소드의 출판사 사장은 루이자 레이의 취재담을 출판하려 하고,
또한 자신이 양로원에서 탈출한 모험담을 영화로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티모시 캐번디시의 끔찍한 나날 들’은 클론인 손미-451에게 신념의 단초를 제공하며,
손미-451의 영상은 미래인들에게 종교로 받아들여진다.

참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칭찬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6개의 에피소드들은 유기적으로 정교히 연결되어 있다기 보다는 너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주 직접적으로 전후관계과 연결되는 에피소드는 한두개에 불과하며, 대부분 완전 별개의 이야기로 여겨진다.
위에서 소개된 연결고리들 역시 '보는 이가 무릅을 탁치게' 만들정도로 아귀가 딱딱 맞게 이야기를 끌어들이면 최고겠지만,
안타깝게도..이 연결고리들은 이야기간 연관성을 억지로 보여주기위해.. 형식적으로 등장한 단순 클리셰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

그리고, 개별 에피소드 자체들도 매우 진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SF,스릴러,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어 한꺼번에 여러 장르를 즐긴다는 재미도 있을수 있겠지만은,
그 만큼 장르의 공식에 충실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관습적인 전개로 일관해 관객들의 몰입을 유도하지 못한다.
무릇 잘만든 단편이라면 짧은 시간내 관객들에게 주제를 전달해야되니 만큼 기발한 소재와 속도감이 있는 기승전결을 보이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만 분리해놓으면, 수많은 영화에서 차용된 클리셰들을 매우 안이한 방식으로 펼쳐놓고 있다.
한마디로 단편이란 장르가 가지는 폭발력이 없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6개의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부 디테일을 전체에 맞춰 약간 희생시켰다고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야기 도입부부터 관객들이 흥미를 잃어 마지막 결말까지 억지로 끌려가는 상황이 된다면,
그 모든 에피소드가 응집되는 최종 피날레에도 힘이 실리기 힘들다는 사실을 간과한거 같다.

실험적인 편집 득인가? 실인가?

6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방법에서 워쇼스키 남매는 자신들의 의도를 강력히 보이고 있는데.. 이 방법에 있어 관객들의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시대 순으로 한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가 시작되는 1-2-3-4-5-6 순서대로 진행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에피소드가 동시에 출발해서 제각각 부분 부분 쪼개가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다 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결말을 맞는다
.
영화를 보다보면, 한 에피소드의 사건이 한창 진행 중이다가 난데없이 전혀 다른 에피소드들로.. 이야기가 수시로 넘나들며,
다른 여러개의 에피소드를 조금씩 진행시켰다고 원래의 에피소드로 돌아오는 등의 교차편집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원작에서의 대칭적인 구성을 깨고, 이러한 교차편집 방식을 채택한 이유가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순차적으로 각각 에피소드들의 결말이 보여질때 마다..
관객들은 동어반복되는 (장르는 틀리지만 말하고자하는 바는 똑같은) 결말에 수차례 반복해서 노출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에피소드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를 하나씩 끝까지 보여주었다가는
기승전결의 완결된 전체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기결-기결-기결-의 편린만 반복될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달려가는. 6개의 에피소드를 동시진행하는 연출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이 관객들에게 별로 좋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문제는 이 개별 에피소드들이 너무 뻔한고 예상을 벗아나지 않는 단순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는데 있다.
다음 진행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다음 이야기들로 교차진행으로 건너 뛰다보니 전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 에피소드에 몰입하여 감정이 격앙되려는 찰나 다른 이야기가 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열기가 식어버리기 일쑤이다.
무려 6개의 이야기가 수시로 교차되면서 전개되다 보니, 이전 장면을 음미하고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에피소드간 절묘하게 이어지는 느낌조차 부족한 가운데에서..
이런 음미할 시간을 주지 않는 교차편집에서 오는 피로감이.. 관객들이 영화 속에 몰입되는데 방해 요소로 크게 작용되는것이 분명하다.

국내 평론에서 언급된 'TV 채널 돌리듯 6개 이야기 사이를 빙빙 돌다 끝난다'는 표현의 어느정도 납득이 된다.
보통 TV 채널을 돌릴때 지나간 채널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못한다.

또 다른 동시진행의 큰 문제점으로.. 이야기마다 인물이 소개되고 스토리가 시작되는 지루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6개 에피소드가 동시에 이 구간에 진입을 하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나마 흥미진진했던 배두나의 미래서울 에피소드가 초반부를 견디게 만들어주었다.

이 모든 것이 대단원 결말에서 표출되는 하나의 주제를 위해서라지만. 이 하나를 위해 영화 전체가 죽었다고 본다.
극도로 산만한 진행으로 인하여 라스트에서조차도 어떠한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없었고.. 어떠한 메세지도 와닿지 않았다.
이러한 교차편집방법 자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워쇼스키 감독이 관객의 감정선을 고려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본다.
차후 블루레이 발매시.. 에피소드 한편한편이 완결된 재편집된 판본도 예상되지만, 원작의 1-2-3-4-5-6-5-4-3-2-1 구성도 한번 보고싶다.

서양인이 생각하는 윤회란..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닙니다. 자궁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의존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가 죄를 범하고 선을 베풀때마다 새로운 미래가 태어납니다."
영화상에서 손미-451이 하는 연설이다. 주제를 주인공이 대사로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영화에서 담고 있는 윤회사상과 영혼의 불멸성, 개인이 모여 이루어낸 인류역사의 진보..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사이다

다만, 영화를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누구나 느낄수 있는 감상인데 이렇게 대놓고 가르친다는게 어색하긴 한데...
서양인들에게 '윤회'라는 화두가 동양적 환상을 자극하는 참 신기하고 생소한 주제라서 그런걸까

문제는 우리는 '윤회'를 어릴때부터 종교적으로나 대중매체로나 무수히 접하고 느끼면서 자란 한국인이란것이다.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고 '아. 이게 윤회에 대한 이야기구나' 하고 느끼자 마자.. 누구나 파악 가능한 피상적인 주제를..
워쇼스키 감독은 3시간 가까운 상영시간동안 나레이션이나 극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누차 되풀이하여 강조한다.
혹시나 윤회라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까봐 몇번이고 설명할 때마다 "그만 좀해 우린 바보가 아냐.. 다 아는 이야기라구" 투덜거리게 될 정도이다.
게다가 주제를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한다기보단 극중 인물들의 입으로 중언부언하는게 투박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윤회에 대해서 심도있는 고민하다거나, 혹은 윤회를 도구로 하여 또다른 주제를 고찰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윤회라는 것을 영상화해서 보여주는데 그친다. 그것도 가장 피상적이고 1차원적인 윤회를..
전생의 범위를 기껏 크게 넓힌다는게. 남자가 여자로.. 백인이 동양인으로..수준이라 너무 깊이가 얇다..

동양에서 일반적으로 윤회란 그저 한 영혼이 이시대 저시대를 걸쳐 여러번 태어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전생의 업을 다음 생에서 받게 된다는 등 다양한 해석 가질터인데 이 영화에서는 사전적인 의미의 윤회에 집착하는 듯하다.
이제 워쇼스키 남매도 매트릭스에서 써먹었던 윤회라는 개념자체에 열광하는 단계에서 벗어놔야 될때가 되지 않았나..

신기한 분장쇼

여섯개의 에피소드에 각 등장인물이 모두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다른 에피소드에서 전생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똑같은 배우들이 복수의 에피소드에서 맡은 배역에 따라 성별.인종을 초월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분장을 한다.

그 분장기술이 기가 막혀.. 사전에 그 배역을 숙지하고 않는 이상 전혀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개별 에피소드가 가지는 이야기의 재미보다 오히려 배우들이 각 시대마다 어떤 상상치 못한 분장을 했는지 그것을 찾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영화의 엔딩롤의 어느정도 올라간후 어느 배우가 몇가지 역할을 했는지 해답 편같은 보너스 영상이 나온다.
극장에서는 영화 본편이 끝나자마자 "곧이어 배우들의 분장쇼가 이어집니다"라고 자막으로 안내를 해주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이들이 이를 못보고 나간다. 이 보너스 영상을 놓치면 영화의 묘미 중 절반을 놓친거라고 본다..

다만 분장마다 퀄리티 차이가 심한데,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기가 막힌 분장도 있는 반면에.
몇몇 억지스러운 분장으로 어색한 부분이 종종 있는데..
동양인과 서양인을 오가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던 경우.
너무 과도한 분장으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분장임에는 확실해보이는 경우..
톰행크스나 휴고위빙등 유명배우의 누구로 분장해도 그 배우로 보이는 경우. 특유의 목소리 톤 때문도 있고..

이런 어색한 분장이 감상에 약간 방해가 되기도 했는데 어색한 분장은 CG를 써서라도 감쪽같이 만들었어야 되지 않나 싶다.
아니면, 같은 영혼을 가진 배역임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살짝 알아볼수 있도록 약하게 분장했을까? 감독의 의도로..
어쨌든, 분장같은 외적인 요소때문에 영화의 몰입에 방해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배우들의 극중 역할과 그 분장의 진가를 볼수 있는 리뷰가 있어 소개해본다.
일목요연한게 정리된 포스팅에 놀랍기 그지없다.. 나도 놓쳤던 사실을 이 블로그를 보고 많이 알게되었다.
역시 복습이 필요한 영화이다.
http://anne2anne.blog.me/7015553296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는 개봉후 흥행참패와 함께 엄청난 악평세례를 받았으나 모두 그런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평론가. 로저 에버트 曰, "Surely this is one of the most ambitious films ever made." 라고 극찬했다.
영화사상 가장 야심찬 영화 중에 하나라는 데에는 나도 일부 동의 한다.
물론 가장 야심찬 영화라는 말이 가장 좋은 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도만으로도 평가받을 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다만, '윤회'라는 주제를 영화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구현한다는 시도는 광장한 기획이라고 할수 있지만,
워쇼스키의 이름에서 그 이상을 기대했던 이들이 실망감을 느낀 것 역시 이해할수 있다.

그리고 하나더.
기대안했는데 배두나의 비중이 너무 커서 놀랐다. 아니 비중의 큰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주인공으로 탐행크스와 함께 극을 주도했다..
배두나의 에피소드에서의 영어 연기도 꽤 괜찮은 편이었고, 그외 에피소드에서는 멕시코 욕을 참 잘했다.. -.-
한국배우로서 보기드문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어서 앞으로도 크게 기대가 된다.

PS.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해석에 대한 좋은 리뷰 소개한다.
거의 완벽하게 영화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서 영화의 내용에 대해 샅샅히 흝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http://lunarsix.egloos.com/4768099#none


덧글

  • Uglycat 2013/01/14 21:09 # 답글

    아무래도 이 작품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라는 느낌입니다...
    대략적으로는 반응이 불호 쪽으로 기운 듯한 느낌...?
  • 남선북마 2013/01/15 09:57 #

    얼마전 타임지에서 2012 최악의 영화로 뽑히는 등 해외에서 흥행과 평이 바닥을 달리는 반면에...
    국내 영화사이트에서는 의외로 호의적인 평이 어느정도 보이더군요.. 동양인에게 익숙한 주제에다가 저도 캐치못한 해석을 내놓는 내공이 높은 분들도 많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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