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한번 7광구 감독은 영원한 7광구 감독.. by 남선북마

영화 "타워" 정말 보기 드물게 월요일 개봉한 영화다.
사실 이 변태적인 개봉은 월요일보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노려서 개봉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왜 나에게는 이런 행태가 입소문나기 전에 쓸어담자는 의도로 보일까.. 영화를 보고나니 더욱 그런 의심이 든다.
최근 '마이웨이'나 '리턴 투 베이스'로 블록버스터에서 악몽을 경험했던 CJ이기에 더욱 그렇다.

김지훈 감독은 이제 다들 이름보다는 "7광구" 감독으로 불린다.
'타워'는 개봉전에는 다들 비웃었으나. 시사회를 하고 나니 의외의 평이 나왔다. "7광구보다 낫다. 해운대정도는 된다."
다들 오호 뜻밖인데 하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이게 칭찬인가?
해운대의 천만돌파가 한국영화사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별로 칭찬 같지 않다..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점은.. 7광구보다는 눈꼽만큼 낫고 해운대에는 조금 못미치는것 같다.

어설픈 재난영화 짜집기

스크린에서는 불이 넘실거리고, 그 속에서는 배우이 살려구 악다구니를 쓰고 난리인데.. 재난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담담해보기는 오랜만이다.
레미제라블 판틴의 노래한방에 눈물을 주루루 흘렸던 내가.. "타워" 등장인물들의 절규과 오열을 듣고는 왜이리 시큰둥할까..
이 영화에는 생명력이 없다..
감독이 고민해서 만들어낸 창의적인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각종 유명 재난영화의 화제가 됐던 장면들을 덕지덕지 COPY & PASTE 해서 만든 누더기 같은 영화이다. 최근 영화 "퀵"이 연상된다.
여기저기서 많이 차용된 장면들.. 관습적인 캐릭터들..클리셰.클리셰 뼈속까지 클리셰 덩어리이다.
감독은 재난영화의 이 클리셰들이 왜 존재하는지, 어떻게 배치해야 관객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지 전혀 모르는것 같다.
단지 흥미있다 싶은 요소들은 여기저기 끼워놓으면 관객들이 좋아 죽을줄 아는가 보다.


예를 들면 이 화재의 원흉에는 탐욕스런 빌딩사장 차인표가 있다.
그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아집을 피워 대형화재를 일으킨 후에도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방화벽까지 내려 오히려 주인공 일행을 위기에 몰아넣는다..
그런데 그이후  영화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등장이 전혀 없다..
관객들이 분노를 쏟아내야할 오만한 악역이 은근슬쩍 퇴장해버린것이다.
재난영화에서는 그 재난상황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인간의 욕심"이 큰 축을 담당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것을 다루는걸 까먹은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거의 주연급의 임산부가 있다.. 주인공 일행과 끝까지 동행하며 최우선으로 배려받는데..이 여인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사연이 없다.
재난영화에서 임산부라는 존재는 가장 보호본능을 일으키고 위험에 잘 노출되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존재인데..
마지막까지 이름조차 나오지 않고, 아기에 대해 묻는 이조차 없다.
재난영화를 보면 꼭 등장하니깐 필수요소로 아무생각없이 끼워넣은 듯한 그런 느낌의 임산부이다.
영화 시작부에는 그렇게 유치한 방법으로 주인공들의 온갖 사연을 구구절절 떠들어대드니, 막상 재난이 닥치자 재난속에서 인간군상을 묘사하는데 인색하다.


중간중간 재난을 설명해주는 방법도 너무 유치하다.
일반적으로 재난영화에는 보통 일행 중에 건물 설계자나,소방관련자가 있어 일행들을 이끌며 위기를 피해가거나 상황에 타개해가면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현 재난상황의 심각성 보여주고, 위기극복을 위한 클라이막스로 이끌어가면서, 관객들 역시 알게모르게 몰입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이없게도 안전한 장소에서 모니터에 시뮬레이션 그래픽 띄워놓고 관객에게 브리핑을 한다.
주인공 일행이 탈출로을 헤매다가 파국상황을 알아채는 것과, 안전한 소방상황실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파국상황을 알려주는것은
엄연히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파급력이 틀린데.. 재난영화의 공식이 왜 존재하는지 모르는것 같다.
주인공들은 감독이 마련한 각종 다양한 위기상황을 게임 스테이지 클리어하듯이 해쳐나가는 존재일 뿐. 그러니 관객들도 게임보듯이 팝콘씹으면 "오 신기하다~"구경할 뿐.
한마디로 재난영화의 각종 명장면들을 열심히 짜집기하기만 바빴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눈물연기, 때를 가리지 않는 코믹연기

영화 초반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소개되는데, 무슨 한국 아침드라마 캐릭터 모음집인줄 알았다.
심지어 이 캐릭터들의 역할도 등장 첫컷만 봐도 극에서 무슨 역할을 인지 다 보일정도로 단순하고 전형적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홀아비, 그의 어린딸, 졸부, 상류층 부인, 청소부 아줌마, 빌딩사장, 베터랑 소방대원, 신입 소방대원, 고위층인사 등
모든 캐릭터 들이 그가 가진 직업만 봐도 선역인지 악역인지 명확히 판단될 정도로 일차원적이며,
그들의 행동하나 대사하나까지 자기의 계급,직업에 딱 맞춰진 관습적인 틀안에 맞춰 관객들의 예상에서 한치의 벗어남이 없다
.

국내 내노라 하는 배우들을 이렇게 모아, 유치하고 작위적인 대사를 늘어놓으면서 눈에 뻔히 보이는 역할을 연기하는데, 오글오글그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본격적으로 재난상황에 들어서면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유치한 멜로 장면들이 계속된다.

초반에 희생자가 될 등장인물들에게 최대한 감정이입을 얼마나 시키느냐 하는 것이 재난영화의 성패을 좌우하는데
이런 드라마에서 흔히 봐왔던 통속적인 설정은 관객들에게 오히려 가상의 이야기임을 더욱 주지시키는 상황이 된다.
극중에서 주인공들이 아무리 위험을 겪어도 "어 손예진 고생많네"하는 생각만 들지 긴장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놈의 오열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계속들었다. 무슨 오열만 잘하면 연기잘하는 줄 안다.
여배우들은 관객들은 울 준비가 안됐는데 기회만 오면 자기가 먼저 울어댄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톤으로 계속 울어댄다.
남자배우들은 무슨 상황만 닥치면 급살맞은 개처럼 다들 괴성을 지르며 절규하고, 발광을 해댄다. 그많은 캐릭중에 침착한 캐릭이 한명도 없다
극중에 몰입조차 안되는데 영화캐릭터들이 과잉감정까지 보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압권은 설경구가 부인에게 음성메세지를 남기며서 오열하는 장면.. 이렇게까지 뻔할수가..

여기에 더해서,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상황에 맞지않는 어슬픈 개그가 계속 시도된다.
김인권, 김성오가 처음 등장할때 부터 모든 관객들은 알아챈다.. "쟤는 웃길려고 나왔군"..
해운대와 배역만 틀리지 쓰임새가 같다. 그런 배우가 몇있는데 감독이 해운대를 벤치마킹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것이 눈에 보인다. 
문제는 비장한 장면 다음에 바로 웃기는 장면이 나오고, 그 다음에 다시 비장한 장면.. 이런식으로 번갈아 나와서 그나마 몰입해서 보던 관객들도 비참하게 만든다.
심지어 같은 공간내 에서도 한명이 절규하고 한명은 개그치는 상황조차 있다..
역시 '박스치워'의 신화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쓰나미 제발 쓰나미를 주소서" 가 있는데 이건 그래도 좀 웃겻다

뻔해도 너무 뻔해서 사라진 긴장감

소위 "데드 플래그"라는 있다.
보통 영화에서 "나 이번 전투만 끝나면 고향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하려고 해"이런 대사를 치면 그전투에서 반드시 사망한다는 전조 같은 거다.
이른바 영화에서 죽는 역할에 워낙 많이 써먹으니깐 이제는 관객들이 다 안다는 거다.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영웅적인 소방대원으로 나온다. 내가 여러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데드 플래그를 남발하는 캐릭터는 처음본다.
첫 등장부터 '이 영화 마지막가면 나 장렬하게 희생합니다'..하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온몸으로 이야기해준다..
마지막 즈음에 설경구가 무사히 빠져나오자 다들 어 왜 안죽지?하는 분위기일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데드 플래그를 완성하기 위한 억지설정이 등장한다.

설경구 이외에 너무나 뻔해서 복선이라고하기도 민망한 설정을 가진 캐릭터가 너무 많다.
이렇게까지 관객들도 다 아는 통속적인 설정을 남발하는데 극중에 무슨 긴장감이 생기고 공감이 가겠는가.

CG 빌딩에게 굴욕당한 63 빌딩

타워의 CG는 크게 칭찬해줄만하다.
몇몇 장면에서는 헐리우드에서나 볼수있었다고 생각했던 스펙타클을 재현해준다..
그리고 CG와 더불어 실제 불과 물을 많이 활용한게 눈에 보였는데, 이런 점은 7광구이후 많이 고민하고 발전한 흔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CG가 영화의 만능 아니라는 것 또한 이 영화는 보여준다.
재난영화에서 CG란 관객이 CG인걸 눈치채지 못하게 배치되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사용되어야 최적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적절히 사용되지 않은것 같다.
무대자체를 전부 CG로 통채로 만들어놓고.. 거기서 배우들끼리 죽느니 사느니 울고불고해도 관객들은 이미 가짜인걸 다알고 있다. 
특히 쌍동이 빌딩을 연결하는 유리로 만든 연결통로에서의 장면이 그러한데.
수백명이 뛰어서 탈출한 그 유리통로가 주인공 일행 꼬맹이 여자애 하나 건너려는 순간에 타이밍좋게 깨지기 시작하는데.
깨지는 순서도 너무나 공교롭게 배우들 쫓아다니며 보기좋게 깨져 연출의 느낌이 너무 심하게 보였다.
이런 연출은 이미 충분히 많이 보았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역이라고 할수 잇는 쌍동이 스카이 빌딩은 63빌딩 바로 옆에 위치한다.
63빌딩 두배정도 높이로 바로 뒤에 위치해 63빌딩을 내려다 보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최고층 빌딩에게 이러한 굴욕을 주다니..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63빌딩과 그주변 풍경이 너무나 유명하다는 것이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풍경이였으니..
63빌딩이 서있는 여의도 풍경은 서울을 대표하는 풍경이었으니 만큼 63빌딩을 내려다 보는 두개의 쌍동이 빌딩이 너무나 이질적으로 보인다.
쌍동이 스카이 빌딩은 다른 어떤 위치에 있는것 보다 더 관객들이 이 빌딩이 가짜라는걸 실감할수 있는 위치에 설정되어 있다.
애시당초 로케이션이 리얼리티를 갉아먹었다는거다. 감독은 이러한 고려조차 못햇을까. 그냥 위용만 과시할 생각뿐었나.

CG기술 자체는 훌륭한데 그것을 살리는 연출이나 배치가 매우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는 '7광구'의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해운대'를 아주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무대만 스카이 빌딩으로 바뀌었지, 대다수 같은 배우들이 같은 역할을 연기하고, 똑같은 패턴의 감동코드, 유머코드가 다시한번 재현된다. 그래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맛이 좀 있다
'해운대 2'라고 이름을 붙였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이다.

아무래도 '해운대''7광구''퀵' 등 에서 보여주는 이런 식의 과잉된 감동,웃음은 세련되고 절제된 영화를 좋아하는 나와는 극단적으로 맞지 않는것같다.
이런류의 영화가 흥행이 잘되는 것을 보면 한국인들의 정서에 어느정도 맞는거라고 봐야할텐데..그러면 내가 상당히 비주류인가보다.

'해운대'가 내 생애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이 영화를 봐도 좋고, 그외의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못 권하겠다.


덧글

  • Uglycat 2012/12/26 05:17 # 답글

    개그 코드는 억지로 넣은 감이 강해서 보기 불편했습니다...
  • 남선북마 2012/12/26 08:51 #

    한국영화 특히 CJ쪽은.. 웃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것 같아요. 그것도 특정배우를 계속 활용한 원패턴으로 가는데.. 조금 안이한게 아닌가 느낌이 듭니다.
  • 天照帝 2012/12/26 20:37 # 답글

    애초에 영화 제목 자체가 고층빌딩 재난영화의 레전드를 흉내내자고 작정을 한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문제지 싶습니다.
  • 남선북마 2012/12/26 21:15 #

    재난영화라는 장르는 탐닉하는 팬입장에서.. 이 영화는 너무 안이해요..안이해.. 유명장면들 짜집기로만 일관해놓으니 주인공일행의 탈출행로가 너무 산만합니다..
  • ㅇㅇ 2012/12/27 03:27 # 삭제 답글

    제일 안타까운 건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보고 있다는 현실이에요 ㅜㅜ 이런 짜집기 영화 또 만들어질 듯
  • 남선북마 2012/12/27 10:53 #

    일단 상영관은 싹쓸이 할터이니 흥행에는 성공할터이고.. 흥행에 성공하면 CJ에 의해서 시스템화 되어 비슷한 양식의 영화가 착착 찍혀 나올겁니다..
  • darong2 2013/01/04 01:40 # 답글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낀 바를 똑같이 느끼셨네요! .. 저두 비주류인가봅니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거 보면... ㅎㅎ
    전 재난 영화 중에 젤 기억에 남는 영화를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 입니다.. ^^
  • 남선북마 2013/01/04 11:34 #

    공을 많이 들여 상당히 볼만한 영상을 만들어낸데 비하면 시나리오나 플롯이 좀 성의가 없어보이지요..
    최근 한국영화 특히 CJ계열은 관객들을 홀리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좀 간과하는것 같네요. 별 고민없이 공산품처럼 찍어낸것 같아서 많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근데 이게 관객들에게 먹히네요..ㅎ 이대로가다간 포세이돈 어드벤쳐도 흉내내 한편 또 만들지도 모르겠네요.ㅎㅎ
  • darong2 2013/01/04 16:29 # 답글

    영화보실 때 배급사도 신경써서 보시나봐요!! .. 전 걍 보는데... ㅎㅎ 배급사별 특징이 있나보네요.. 이제부터 영화볼 때 유심히 봐야겠어요~
    포세이돈 어드벤쳐 흉내낸 작품 나오면 기꺼이 속는셈 치고 또 볼거에요 ~ ㅎㅎ
  • 남선북마 2013/01/04 17:16 #

    관심없으려고 해도 최근 계속.. 7광구, 마이웨이, 코리아, R2B 같은 CJ 제작 한국형 블럭버스터 영화를 들이대니 모를수가 없네요.. 오너차원에서 뭔가 고집이 있나 봅니다.. 우린 명색이 대기업인데 대작을 만들어야되.. 하는 ㅎㅎ 그러다가 뭔가 노하우가 생기던지 발전이 되던지 하겠지요. 뿌린 돈이 얼마인데..ㅎㅎ
  • 2014/06/12 18:48 # 삭제 답글

    시간아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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